안녕하세요. 먹꾸름입니다.
카메라 제조사마다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들이 있죠.
소니는 AF, 캐논은 인물, 니콘은 새, 파나소닉은 영상, 그리고 후지필름은 감성입니다.
오늘은 후지필름의 X-PRO2라는 멋진 감성을 가진 카메라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
예전에 딱 한 번 파티클에서 후지필름 카메라를 대여해서 사용해본 적 있어요. X-T30 1세대인데요. 원래는 X-T4를 대여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X-T30 딱 하나밖에 안 남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X-T30을 빌려왔었습니다.
근데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X-T30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카메라였습니다.
일단 외모가 아주 작고 귀여웠어요. 그리고 막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필름 감성이 마음에 들었죠.
목에 걸어도 아주 가벼웠고 패션 아이템으로도 충분해보였어요.
X-T30을 2박 3일동안 사용해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아, 언젠가 후지필름 카메라를 서브 바디로 들여야겠다.
그래서 그 후보군을 알아보려고, X-T30을 반납하던 날에 파티클에 전시돼있는 카메라들을 이것저것 다 만져봤어요. 아마 그때가 딱 X-T5가 나온 직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거랑 X-T4, X-S10, X-Pro3, X100V 같은 카메라들을 돌아가면서 한 번씩 만져봤어요.
근데 그때 딱 잡고 셔터를 눌러봤을때 셔터음이 주는 손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 카메라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X-Pro3였습니다.
언젠가 이 카메라를 사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제 손에는 X-Pro2가 들려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X-Pro2를 선택한 이유?
원래는 X-Pro3를 엄청 고민했었어요.
사실 X-Pro3가 이상한 액정 방식으로 영원히 고통받는 카메라이기도 한데요. 저는 감성을 좀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MBTI가 F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는데요. 문제가 하나 있더라고요. 그 액정이 변태같은 것까진 상관이 없는데 이 LCD 패널이 정말 잘 망가진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이 내구성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는 소송까지도 진행이 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는 그런 불안정한 카메라를 구매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전 모델인 X-Pro2를 구매했어요.
X-Pro2가 3에 비해 가지는 큰 약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클래식 네거티브가 없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붙박이식 LCD라는 점입니다.
후자는 사실 히든 LCD냐 붙박이 LCD냐의 차이라 호불호라고 보고요.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클래식 네거티브 유무인데요.
클래식 네거티브도 좋긴 한데, 이 필름 레시피가 생각보다 찐득해서 자주 찍다 보면 질리는 레시피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반면 클래식 크롬은 질리지 않는 후지만의 색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런 스테디한 레시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크롬이 있으니 문제 없겠다 싶어서 X-Pro2를 선택해도 문제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아 물론 선택은 오래 전에 했는데요.
구하는 건 진짜 쉽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매물도 거의 없기도 했으니까요.
아무튼 운 좋게 중고로 구매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기스도 거의 없는 양품이라 불나게 다녀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같이 구매한 렌즈는 XF 35mm F2.0 렌즈고요. 환산하면 52.5mm가 되는 표준 화각의 단렌즈입니다.
만족스러웠던 점
아무튼 서론이 참 길었는데, 이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만족스러웠던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손맛이에요.
진짜 손맛이 좋아요. 제가 그래도 나름 소니랑 캐논 카메라 몇 개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잖아요. 그리고 X-T30도 대여해서 써봤었는데, 그 카메라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셔터 사운드가 진짜 좋더라고요.
보니까 유독 X-Pro 시리즈가 셔터 사운드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시리즈별로 미세하게 차이가 있고 좀 더 취향인 게 구분되기는 할 텐데, 어쨌던 저는 X-Pro2의 셔터 사운드가 좋다 보니까 자꾸만 촬영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예전에 쓰던 카메라들이 뭔가 멋진 걸 찍고 싶다는 생각에 셔터를 눌렀다면, X-Pro2는 조금 과장 보태면 그냥 셔터를 누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로는 감성 넘치는 디자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LR 스타일보다는 RF 스타일 카메라를 좋아하는데요. 이런 카메라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극단적인 예로 요즘 캐논만 해도 R 시스템으로 나오는 카메라는 모두 SLR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제가 전에 사용했던 A7C가 가장 제 취향에 맞았던 카메라였거든요.
근데 한 술 더 떠서 이 X-Pro2는 EVF 뿐만 아니라 OVF가 됩니다.
옛날 필름카메라들처럼 카메라 전원이 꺼져있어도 파인더 너머로 장면들을 그대로 볼 수 있어요.
이게 후지필름에는 X-Pro 시리즈랑 X100 시리즈에 있는 기능인데요. 저는 이게 너무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직접 써보니까 정말 제 취향이었습니다.
사실 이게 제 촬영 결과물을 더 높여주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EVF나 LCD를 보고 촬영해야 결과물이 어떻게 찍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거든요.
근데 OVF로 화면을 바라보면서 결과물을 상상하면서 촬영하는 것도 꽤나 즐겁더라고요. 그야말로 촬영을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필름 감성의 결과물입니다.
이건 X-Pro2만의 장점은 아니고 후지필름 카메라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장점이에요.
앞에서 언급했던 클래식 크롬 레시피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메인으로 사용중인 A7M4에도 이거랑 비슷한 크리에이티브 룩 기능이 있긴 한데요. 근데 이게 촬영하고 나서 결과물을 보면 조금씩 색감이나 이런저런 보정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필터 없이 촬영하는 캐논 카메라쪽이 보정 없이 원본을 그냥 쓰기에 더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근데 이 후지필름의 필름 레시피는 필름 감성의 필터가 들어간 결과물인데, 소니랑 다르게 그냥 그대로 써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결과물이 좋았어요.
이래서 JPG 머신이라고 하는구나. 보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카메라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클래식 크롬 말고도 자주 사용하는 게 벨비아 레시피인데요. 풍경을 촬영하기에 딱 좋은 레시피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소니의 VV나 VV2 필터에서는 볼 수 없는 후지만의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이걸 좀 더 제 지식을 더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은데, 그렇게까지 자세하게는 모르는 아마추어라 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X-Pro2 작례
아쉬운 점
물론 이 X-Pro2가 무조건 좋은 카메라는 아니에요.
제가 사용해보면서 느꼈던 단점들도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첫번째는 손떨방의 부재입니다.
여러분, 손떨방 하면 요즘은 다들 영상을 많이 생각하죠. 근데 이게 사진을 촬영할 때도 손떨방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X-Pro2를 사용하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몸소 체험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이게 어느 정도로 치명적이냐 하면요.
셔터를 누를 때 손이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흔들린 사진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땐 웬만하면 숨은 참고 손가락 끝만 움직여서, 마치 군대 사격 훈련을 할 때 조준사격을 하는 것처럼 아주 신중하게 눌러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생각보다 흔들린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작 버튼들입니다.
이건 사실 제 스타일이기도 하고 개인 취향의 영역이긴 한데요. 저는 원래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를 하나하나 돌려가며 수동으로 촬영하는 것을 동경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외부에 물리 다이얼로 있으면 좀 더 멋도 있고 편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소니처럼 드르륵 돌리는 방식보다 버벅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특히 ISO 조작은 당긴 상태에서 돌려야하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다이얼을 사용하기보다는 오토에 맞춰두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아니면 아예 조리개를 조여놓고 존포커싱을 사용했고요.
사실 요즘은 스마트폰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고 워낙 Ai가 발달해 있다 보니까 정말 의도된 사진이 아닌 이상에는 오토로 놓고 구도만 잘 잡으면 잘 찍히기도 하니까요. 필요한 순간에만 조리개 우선이나 셔터스피드 우선, 혹은 매뉴얼로 각종 조작을 하면 됩니다.
아, 근데 그런 관점에서라면 확실히 이게 또, 모드 다이얼 방식이 아니라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같은 노출의 3요소가 다 외부 다이얼로 나와있어서 좀 더 직관적이고 편할 수 있겠네요.
마무리
개인적으로 X-Pro2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역시 디자인과 손맛인 것 같습니다.
RF스타일의 사각진 외모도 참 좋고, 특히 이 셔터음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든요. 소니 카메라를 쓰면서 느껴본 적 없는 손맛은 이 카메라가 주는 결정적인 장점이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다만, 손떨방의 부재는 많이 아쉽습니다. 툭하면 흔들린 사진이 나오는 게 정말 촬영 난이도가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런 진중한 촬영 또한 사진 촬영의 재미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좀 더 빠르게 순간을 포착하는 걸 즐기기도 하고 손떨방 있는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해져있다 보니까 역시 답답하긴 했습니다.
이런 장단점들을 고려해서 이 X-Pro2를 구매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그야말로 진득하게 한컷한컷 촬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카메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저는 아닌 것 같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착 감기는 손맛에서는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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